법률용어에 적응해야 판례를 읽기 쉬워진다.

 

판례나 약관을 처음 접하여 읽어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와 달라서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때가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판례나 약관 또는 기타 법률문서에서 쓰이는 법률용어에 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타지 생활을 위해서 집을 구해서 지낼 때, 흔히 일상적으로 '방을 임대했다'는 표현을 씁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임차(賃借)했다고 해야 맞습니다. 그래서 빌려준 사람을 임대인이라고 하며 빌린 사람을 임차인이라고 하는 것이죠. 임대차에 관해서는 익숙한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리(代理)와 관련한 다음 표현에는 익숙하지 않은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본인(本人)이라는 단어를 자신(自身)의 의미로 혼용해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본인(本人)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해당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앞서 언급한 일상적인 언어습관만을 생각하며, 대리제도에 관한 의의를 설명한 법학교과서의 한 부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리란 타인(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의사표시)를 하거나 또는 의사표시를 받음(수령)으로써 그 법률효과가 직접 본인에 관하여 생기는 제도이다. 예컨대 A가 B에게 A의 토지를 팔도록 한 경우에, 그에 기하여 B가 C와 그 토지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매매계약은 B와 C가 체결하였지만 그 효과는 직접 A와 C 사이에 생기게 된다. 그리하여 A가 C에 대하여 토지의 소유권이전채무를 부담하고, C가 A에 대하여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 송덕수, 신민법강의[제3판] 중에서



 위 글에서 본인(本人)을 자신(自身)으로 이해해버리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이 점에 유의하면서, 지난 포스팅(선비코알라의 법이야기)들에서 다룬 지식을 바탕으로 위 글에 나타난 사례를 도식화 해보겠습니다.



대리의 기본적인 모습


 다음으로 약관이나 판례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선의(善意)와 악의(惡意)에 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선의라는 것은 착한 마음이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법률용어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행위가 법률관계의 발생, 소멸 및 그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모르는 것"을 가리킵니다. 악의는 그 반대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처음 약관이나 판례와 같은 법률 문서를 접하면 일상언어와 달라 힘들지만 알고 나면 그만큼 편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이제까지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례와 판례 그리고 등기들을 살펴보고 권리분석을 해보고 도식화하여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채권(債權)은 화살이다.

 

 이번 포스팅에는 복잡한 판례나 사례를 접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도식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진행될 포스팅에서 여러 사례를 다루려고 하는데 그 때 도움이 될 하나의 약속 내지는 범례 같은 것을 정하려고 합니다. 특히 관련이 있는 것은 법적 용어인 채권(債權)·채무(債務)에 관한 것입니다.


  우선 채권의 의미에 관해서 원론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채권은 특정인(채권자)이 다른 특정인(채무자)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러한 채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화살로 표시하겠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누군가에게 어떤 행동을 촉구할 때, "옆구리를 찌른다."는 비유적인 표현을 쓰는 것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앞으로 도식화를 함에 있어서는 "화살촉"은 채무자를 향하고, "화살의 손잡이"는 채권자 쪽으로 그리도록 하겠습니다. 



채무자에게 일정한 행동을 촉구할 수 있는 권리


 이렇게 채권을 도식화 하면 ―판례를 읽을 때 자주 등장하는― 채권 양도, 압류명령, 추심명령, 전부명령, 변제자대위, 보험자대위 등의 어려운 법적 개념들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어, 상대적으로 그림이 없을 때보다 이해가 쉽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면 채권 양도의 기본적 모습을 하나의 예로 도식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도식화 하는 것은 지명채권의 양도(민법 제449조)를 말합니다. 보통 채권이라 하면 지명채권을 가리킵니다. 지명채권이란 채권자가 특정되어 있는 채권을 말합니다.



  채권양도의 기본적인 모습


 이렇든 채권이라는 추상적인 법적 개념을 도식화함으로써 눈으로 법률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지만 법률적으로는 약간 다른 의미로 쓰이는 단어들에 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법률문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에 기하여"

 

 판결문이나 소장양식을 접해보면 자주 쓰이는 단어인 "~에 기하다"는 "기초를 두다"는 말인데요,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터 잡다"라는 의미입니다. "기초(基礎)"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여러 법적 표현의 문맥에서 드러나는 법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초(基礎) : 건물, 다리 따위와 같은 구조물의 무게를 받치기 위하여 만든 밑받침


 위 사전적 의미에서 볼 수 있듯이 집을 짓는 데에 밑받침(주춧돌)의 의미가 바로 기초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밑받침)에 문제가 생기면 건물이 허물어 질 수 도 있고, 기초가 단단하면 어떤 비바람에도 건물이 버틸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치가 "~기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법적 문서의 문맥에 녹아 들게 되는 것입니다. 



기초가 없으면 지붕도 무너진다.


 우리가 일상 언어를 사용할 때 때로는 "~에 의하다"라는 단어와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법적인 문서의 문맥에 위와 같은 이치가 녹아있는 경우에는 "~기하다"의 표현에 유의하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예가 있을까요. 등기(登記)와 관련된 표현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예1) 준비서면 작성 부분 용례 -


 "A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위조된 서류에 의해서 경료된 것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 원인 무효의 등기에 터잡아 마쳐진 등기 역시 말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예2) 대법원 판례 -


 부동산등기에는 공신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실등기인 경우 그 불실등기를 믿고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하더라도 그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될 수 없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라면 이에 터잡아 이루어진 근저당권설정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며, 무효인 근저당권에 기하여 진행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경락받았다 하더라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대법원 2009.02.26. 선고 2006다72802 판결)


 위 준비서면 작성 부분 용례에서 볼 수 있듯이 "원인무효인 등기에 기초하여 마쳐진 후행등기는 역시 무효로서 말소되어야 한다"는 관계가 "터잡아"라는 표현을 통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번 포스팅(http://www.sunbykoala.net/102)에서 다루었던 "~에 대하여"와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기하여"라는 표현을 잘 이해하시면 다음과 같은 다소 복잡한 표현도 사용하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소장 양식 결론 부분 용례 -


 위 기술한 바와 같이 2015년 8월 10일 소외 C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자산양수도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는, 원고의 소외 A에 대한 대물변제 또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하여 소멸되었다 할 것입니다.